봉준호 감독 "일냈다!"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기생충' 세계 영화계에 새 역사 써
【뉴스라이트 = 이세현 기자】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일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가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4관왕에 올라 세계 영화 역사에 깊이 새겨질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10일 오전 10시(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더구나 외국어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라 의미가 더욱 깊다.
이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양진모 편집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이미경 CJ 부회장은 작품상 호명 직후 모두 무대에 올라 벅찬 역사의 순간을 만끽했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아카데미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로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받은 이후 17년 만이다.
최근 10여 년간 아시아영화는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에서 외면받았다. 앞서 일본은 '라쇼몽', '지옥문', '미야모토 무사시' 등으로 1950년대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지만, 한동안 주춤하다 2009년 '굿'바이'로 오랜만에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호명 후 무대 위에 오른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모두 감격의 눈물로 눈시울을 붉혔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호명 직후 "(앞서) 국제장편영화상 받았을 때 오늘 내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웃음을 자아낸 뒤 "영화공부할 때부터 항상 새겼던 말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것인데, 그것은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었다"라며 객석에 앉아 있던 마틴 스콜세지를 가리켰고 스콜세지 감독은 감동의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 "영화 '기생충'을 미국 관객들이 잘 모를 때도, 우리 영화를 좋아해줬던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가 리스트에 꼽아주어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라고 덧붙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봉준호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모두 존경하는 분들이다.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나눠서 갖고 싶다"라고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각본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것은 한국 최초의 아카데미 시상식 트로피다. 언제나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도 감사하다. 제 대사를 멋지게 화면으로 옮겨준 멋진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제작자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정말 행복하다. 정말 시의적절하고 상징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고 울먹였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의 유머 감각을 존경한다. '기생충'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내일 아침까지 마실 준비가 됐다"라고 영어로 센스 있는 소감을 덧붙여 장내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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